할머니와 남동생 셋이 살고있습니다
저희는 20대 후반이고
할머니는 여든이 조금 넘으셨어요
저희는 아빠랑 갈고 있는데
회사가 멀어서 기숙사 생활 하시고
집에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오십니다
6개월 전부터 자꾸 집으로 어떤 할아버지가
어떤 할아버지가 찾아오십니다
시간도 정해져 있어요, 꼭 정오부터 한 시 사이에요
벨을 누르는데 대답이 없거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손으로 주먹을 쥐고
문을 10회 이상 한 템포로
쾅쾅쾅쾅쾅 칩니다, 그래도 대답이 없거나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손잡이를 철컥철컥 돌려서 문을 열려고 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매번 그래요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문을 계속 두드리거나 들어올려고 해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할머니께서 작년 봄에
개천에서 만나 알게 된 할아버지라고 해요
애인사이 뭐 그런 건 아니고
(할아버지는 아내분이랑 같이 살고 계십니다)
그냥 개천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아 있을 때
만나서 조금 얘기 나누다가 친해진 거라는데
저 없었을 때 할머니가 같이 어울리시는 분들
집으로 한 번 초대해서
차랑 과일을 대접한 적이 있는 모양이에요
다른 분들을 그 뒤로 안 오시는데
이 할아버지는 그 다음부터 자기 집인 양
초대도 안 했는데 찾아옵니다
전화도 자꾸오는데 제가 받으면 자꾸 끊어버리고…
아 정말 신경쓰이고 짜증나서 차단해버렸어요
저희 할머니가 팔 다치셔서 지방 고모네 가셔서
한두달 집 비웠을 때도 주기적으로 찾아오셨는데
만나려면 개천에서 날 다시 따뜻해지면 만나시라
좋게도 타일러 보고, 할머니 안 계신다
다쳐서 고모댁 가셨다 이제 영원히 안 오실거다
거짓말 보태서 설명도 해보고,
남의 집에서 문도 안 열어주는데
이게 무슨 무례한 행패냐 따져도 봤는데
일주일에 한 두번씩 와서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아빠랑 고모들한테도 말했는데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하시고…
너무 화가나서 동생이랑 같이 있던 날
할아버지 잡아서 경찰에 두번 째 신고도 했는데
경찰분이 엄청 혼내시면서
주거침입죄로 고소 당할 수도 있다고,
할머니 본인조차도 이렇게까지 찾아오시는 거
원하지 않고,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두려워 하신다니
오지마시라 했는데도!!!!!
또 왔습니다 오늘도 또 왔고 방금도 또 왔어요
정말 미쳐버리겠습니다
그쪽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알렸더니
이게 말년에 무슨 창피한 일이냐면서
같이 살고는 있지만 미워 죽겠고 분하다면서
신고하고 잡아가도 여기 서러워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신고해서 잡아 넣으라고 합니다
제 말 다 무시하고 자꾸 찾아오는 할아버지랑
마주칠 때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은데, 할머니 모시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무리 모르는 어르신이라도 말년에
감옥 신세 지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막상 경찰분이 어떻게 하고 싶냐고 하면,
출동하신 경찰분을 맥 빠지는 줄 알면서도
벌금형 딱지나 권고 정도로 마무리 했습니다
실제로 경찰 분들이 그정도만 해서
사건 정리하기를 바라기도 하셨지만
연세가 너무 있으신 분이라
이렇다할만한 대응을 할 거리도 없대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질러서 내 쫓아도 보고
그의 가족들한테까지도 알렸고…
더이상 뭘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올 봄에도 꽃 보러 할머니 개천 나가고 싶으실텐데
무서워서 아파트에서 한발자국도 못 나가겠다고 하시고
그 할아버지는 제가 경찰차에 태워 보낸 것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한테 돌변해서 행동할까봐
상처주고 다치게 할까봐 두렵습니다
저희가 경찰에 신고 했을 때
경찰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게 굴었지만
경찰 오기 전에 저희한테는
내가 혼자 죽을 거 같냐고 협박성 발언까지 했어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을 지
의견있으시면 도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추가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주거침입죄가 적용되긴 하나요?
경찰 두 분이 오셨을 때 나이 많은 경찰 한 분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식으로 표정 어둡게 하고
그냥 우리가 데려가서 강력하게
얘기하겠다는 식이었는데,
그때 저희한테 한 말이
<그래서 현관안으로 들어왔습니까?
그때 강력하게 들어오지 말라고 얘기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였는데
살짝 어이가 없었던 게
현관 앞도 주거 공간에 해당하지 않나요?
그날은 신발장까지 들어와서 그렇다고 대답하고
상식적으로 누가 그럴 때 강력하게 얘기 안하겠냐고
저도 언성 높였는데,
tv에 나오는 고지식하고 무능력하게 묘사되는,
융통성없는 경찰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한 분은 조금 젊은 분이셨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할 수 있는 게 실직적으로 없다….
해봤자 딱지 끊는 거 정도….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음에 올 때
동영상 같은 거 찍어두라고 하긴 했는데
집에도 안 들어오는데 두드리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건지
말로는 할아버지한테 주거침입죄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경찰이 나름 강하게 말한다고 말만 그
렇게 한 것 같고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