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시아버님이 밖에서 애를 낳아왔습니다

정말 드라마 같은 일이 저희 시댁에 생겼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 얼마 있다가

시아버님이 밖에서 아이를 낳아 왔습니다

당연힌 집이 발칵 뒤집혔죠

(저는 남부끄러워서 친정에 말x)

그 아이는 잘 자랐습니다, 조금 더 얘기 하자면

그 아이는 시댁에서 키우기로 했고 애 엄마는

애 엄마는 아이를 낳자 마자 도망갔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어머니가 5천만원이가 줬답니다, 나가라고)

그 뒤에 제가 임신을 했고

저희 부부에게는 현재 5살 남아가 있고

저희 막내 도련님은 올해 7세입니다

그러다가 누구나 우려하던 일이 생겼습니다

시아버님이 병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겁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어머니까지 시름시름 앓으시고..

이제부터 여기에 다 안 써도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전쟁 같았습니다, 결국 7세 도련님은

저희 부부가 키우기로 했습니다. 

그 결정의 과정을 모두 여기에 쓸수는 없지만 

저 역시 많이 울었습니다

시댁 남매들 중 저희 부부가 

가장 가정 형편이 좋습니다. 

제가 친정에서 물려받은 재산이 조금 있어

저희는 다른 가족에 비해 

부유한 편이라서 저희가 맡기로 한겁니다. 

물론 저희 친정부모님도 난리가 아니었죠.. 

그런 힘들었던 과정은 여기에 다 쓰지 않겠습니다.



저희 집에는 아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입주베이비씨터 

이모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모님께 돈을 좀 더 주고 

막내 도련님도 같이 봐주고 있습니다. 

이모는 5일 일하시고 주말은 쉬시고 

저와 제 남편이 아이들을 돌봅니다. 

그리고 2주에 한번 정도 주말에 친정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아들을 돌봐 주시기도 하구요.


처음에는 친정부모님도 정색을 하시더니 

지금은 막내도련님도 손주처럼 잘 대해 주십니다.



사실, 이 드라마 같은 일 때문에 

남편과 몇번 말 다툼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얼마 있다가 시어머니께  

막내가 썼던  물건들을 잔뜩 얻어 왔습니다. 

(편의상 도련님을 막내라고 할게요)

같은 남아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받아 왔고 

애야 워낙 빨리 자라니까  

그냥 막내거 말고도 

다른 친구들거도 좀 얻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남편이 시어머니께 얻어온 

막내 옷이니 뭐니  당장 내다 버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버럭되서 한번 크게 다퉜네요.  

그리고 작년 하반기 부터 

막내도련님과 저희 가족이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막내가 예절도 바르고 의젓합니다. 



그 어린게 저에게도 꼬박꼬박 형수님 형수님 하고, 

제 남편에게는 큰형님 큰형님 그러면서 

존대도 쓰고, 제 아들도 마치 형처럼 

살갑게 챙기기도 합니다. 

큰 말썽 없이 잘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애기니까 가끔은 저한테 혼나기도 하고 

뭐 평범한 어린아이 입니다. 

중간 중간에 자꾸 눈치보는게 있어 

사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 

뭐 저는 그렇습니다.  



작년에는 막내 유치원 문제로 한번 

저희 부부가 엄청 크게 다퉜습니다. 

막내 영어유치원을 보내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왕 이렇게 된거 잘 키우고 싶은 맘이었죠. 

그랬더니 남편이 아직 우리 애도

영어유치원을 못보내는데 쟤를 

왜 영어 유치원을 보내냐고 너무 승질을 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직 우리애는 어리니까 

영어유치원 안보내는거고 우리애도 

7살 되면 영어 유치원 보낼거라고 그러면서 

크게 또 다퉜네요.  



결국엔 지금은 영어유치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모가 그러는데 평소에는 

제 아들을 그 어린게 

조카라고 엄청 챙긴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제 아들도 막내를 좋아 합니다. 

아직 천지 분간 못하는 제 아들은 

막내에게 삼촌이라고 했다가 

형아라고 했다가 뭐 그러면서 

엄청 졸졸 쫓아 다닙니다.  



문제는 제 남편입니다. 

평소에도 사실 둘을 차별하는게 느껴집니다. 

물론 제가 그러지 말라고 남편한테 주의를 주긴 합니다.  

그러다가 오늘 (일요일) 또 크게 싸웠네요. 

오늘 남편이 무슨 모임을 갔는데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들이 먼저 쪼르륵 나와서 

아빠 그러면서 안기더라구요. 저도 나왔구요, 

그런데 조금 늦게 막내가 나왔는데 

남편이 막내한테 짜증을 내면서 

너는 뭐하는데 형이 왔는데도 늦게 나오냐고 

그럴꺼면 늬들집 가라고 그러는 겁니다. 

제가 너무 당황해서 애한테 왜그러냐구 그러고..  

남편은 또 화내면서 너는 왜 쟤만 감싸고 도냐구… 

그러면서 결국 큰 소리 내면서 싸우고 

막내는 죄송하다고 울고, 

아들은 형 우니까 따라 울고.. 뭐 난리 였습니다.  

남편이 성질 내면서 나갔는데 

아까 시어머니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 나가면서 시어머니 병원으로 가서 

시어머니 자는 가 보더라구요. 사

실 오늘은 남편의 첫 사적 외박이네요.  



저도 흥분한 애들 겨우 달래고  

서재에서 그냥 조용히 술 한잔 하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납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제 남편이 쓰레기 같은데.. 

사실 남편은 저랑 연애하면서 최근까지 

누구에게도 악한 소리 한번 안하고,  

저랑도 싸운일이  없었습니다. 

참 순하고 인성 올바른 사람입니다.

시 아버님도 바람둥이 할아버지는 아니였고 

명망 있으시고, 참 좋은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군요. 

자신의 롤모델은 아버지 였다구. 

인자하고 깊음있고 때론 엄하고, 때론 

친구같은 아버지가 좋았다고..  

자신도 결혼해서 아버지가 된다면 

자신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고 싶었다고.. 

시 아버지는 시어머님께도 참 잘하셨다고 합니다.  

두 분 평생 사시면서 큰 소리 한번 안내시면서 

사셨다고…  근데 밖에서 아기를 데리고 온 순간 

그 평생 봐왔던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진겁니다.
 



얼마전 어버이날이었어요

막내가 그림카드를 세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형수님께, 큰형님께, 어머니께 … 

이렇게 만들어 왔는데 

너무 기특하고 마음이 아파서 

제가 다음 날 월차 내고 막내 데리고 

시어머니 병실로 데리고 갔네요. 

근데 그 쪼그만한게 자기 엄마한테 그러더군요. 

자긴  잘 지낸다고 엄마 빨리 낫아서 같이 살자고. 

그러면서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 엄마 

(시 어머니) 손을 꼭 잡는데 

제가 다 왈칵 눈물이 나드라구요.  



누구 말대로 하늘로 머리 둔 짐승은 

기르는게 아니라고 하죠.. 

저도 불안합니다. 이렇게 저는 애틋한데 

이 막내가 중학생이 되서 사고 치고 

학폭위나 끌려 다니면 어쩌나? 

아님 나중에라도 형수가 나한테 해준게 

뭐있냐고 하면 어쩌나…  

하지만 지금은 그 불안감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받아드리고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인내 하는 수 밖에요. 

남편도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가슴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막내한테 잘하다가도 문뜩문뜩 저 놈때문에 

우리엄마가 고생한다고  생각 하는거 같아요.  

마치 지금 남편은 

중학생 사춘기 아들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근데 쓰다 보니 웃기네요. 

원래 이 글의 주인공은 제 남편이 아니라 

저야지 맞는거 아닌가요? 

제가 남편처럼 막 저렇게 방황하고 

남편이 네이트 판에 글써야 하는거 같은데 

이건 거꾸로 되었네요.  

 


현실적으로 지금 가장 큰 걱정은 

남편이 막내한테 손찌검을 하거나 

언어폭력을 쓸까봐 무섭고 남편은 사실 저랑 

교제부터 여지껏 욕한번 하는 걸 못봤는데 

막내가 집에 오고 나서 부터는 성격도 조금 사나워 지고 

예민해졌으며 술 마시는 횟수도 꽤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이렇게 보고 있으면 

우울증 증세도 있는거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족들  다 같이 병원 가서 가족 상담을 받을까도 

진지하게 고민 하고 있습니다.    

후기

아까 새벽에 술 취해 쓴 글인데 

이토록 하나 하나 본인 일 처럼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댓글이 너무 많아 놀랐습니다. 

남편은 시모 병원에서 자고 출근하고 

밤에 시모께서 무슨 이야길 했는지, 

미안하다. 잘하겠다. 버티고 있어 고맙다. 등등 

길게 문자가 왔습니다. 저도 잘살자. 

같이 상담하러 가자 라고 답했고 

남편도 그렇게 하기로 했기에 조만간 날짜를 잡고자 합니다.
 


300여개의 댓글 하나 하나 한 글자도 안빼고 

다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댓글중에 제가 보살이니 뭐니 써있던데 

저 그런사람 절대 아닙니다.

 저도 막내가 우리집에 오기로 결정된 뒤 

오만 깽판은 다 부렸습니다.


너랑 니 동생새끼 데리고 나가라고도 하고 

술 취해서 시모께 전화해서 

내가 뭘 그리 당신 집에 잘못 했길래 

나한테 이러냐고도 하며 악다구니도 썼습니다. 

시댁 형제는 현재 이제 막 박사끝난 미혼 시누이, 

담달에 출산 하는 동서네… 

현실적으로 하루를 맡더라도 저희 부부가 키우는게 맞조.. 

막내는 시모와 시부 아이로 되어 있어 

연락도 안된 친모를 찾더라도 법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고 

그 어린애한텐 늙은 부모가 부모라 그랬다가

갑자기 생판 모르는 아줌마한테 델다 주며 

앞으로 저 여자가 늬 엄마다라고 하는것 도 

못 할짓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그냥 시부모 아이로 남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혼 외자식인건 나중에 성인 되면 알려주려구요.


시부 친자인건 태어나자마자 확인했습니다.

고아원 갖다주라고 하시는 분들 꽤 있던데, 

그건 어디 쉬운가요… 

그 아이가 비록 축복받지 못한 생명이라 하더라도 

제가 아이 키워보니 설상 내 아들이 부정한 아이라 하더라도 

전 못 할것 같습니다. 고아원 생각 왜 안했겠어요.. 

사실 그냥 잠시 시모 다 낫을 때 까지만 

형제들이 돈 모아 한달에 50만원씩 아이이름으로 보내고 

서울에 시설 좋은 고아원에 위탁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시모가 울면서 저한테 거의 빌다시피했습니다. 

애가 무슨 죄냐고..
 



그쵸 다들 그러셨는데 애가 무슨 죄인가요. 

세 남매 그동안 번듯하게 공부시키고 

이 만큼 사회생활 하게 해주시고 조금씩 

재산도 물려주시고 했는데 

부모님 은혜 갚는셈 치고 막내를 잘 돌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맞아요. 이 관계에서 젤 화나고 억울한건 

저와 제 아들이죠. 

전 저희집으로 오기로 한 날 부터 해서

다이어트 해도 안빠지던 살이 8kg이나 빠졌고 

아이 계획하면서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내는거 그만하려고요. 

화 내면 뭐가 더 바뀔것 없을것 같아요. 

저도 막내들어오고 일주일 휴가 내고 

애는 친정에 보내고 거의 5일을 미친년처럼 술만 마셨네요. 

어느날 제가 술 취해서 막내붙잡고 우니까 

그 어린애가 잘못했다고 울길래 정신이 들더라고요. 

어리다고 모르지 않습니다. 

저도 막내보다 어릴때도 맏 딸이라고 

친가에서 엄마 구박 받아 엄마가 울고 있으면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며 울기 일쑤였습니다.



저도 이 막내가 어떻게 커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장남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상실감이 어떤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금은 제가 주어진 이 상황에 대해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누구 말대로 돈있어 입주이모 있으니 

종일 애들 안봐도 되니 덜 미운걸 수도 있네요. 

그런면에서는 경제적으로 사정이 되는게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시모가 완치 되면 

당연히 시모께 보낼겁니다. 

그게 막내한테도 좋죠..


하지만 예후가 썩 좋은게 아니라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어른으로써 책임지는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 부모님도 당신들의 

치부 임에도 불구하고 막내를 키운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복 받고 싶어 막내를 맡은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한테 도움 될것 같아 맡은것도 아니고 

돈자랑 하려고 맡은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것도 불교에서 얘기 하는 인연인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이 좀 더 길게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택하고자 합니다. 

막내는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같이 고민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온라인상의 따뜻함을 느끼네요.


그리고 이 글은 안지우고 

제가 힘들때마다 고씹으며 읽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기품을 쓴게 아니라 깊음을 쓴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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