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6남매 중 장손임
할머니 아빠 결혼전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도 결혼한지 얼마 안돼서 돌아가셨음
막내 삼촌도 젊은 나이에 사고로 돌가가셨음
그래서 우리집은 추석, 설날 차례랑
제사 합쳐서 1년에 제사만 9번인 집안이었음
며느리라곤 울 엄마랑 작은 엄마 두명 밖에 없는데
제사가 1년에 9번ㅋㅋ
어릴 때 제일 먹기 싫은 음식이 제사 음식이였고
그러다가 작은 아빠가 도박하고
돈 날려서 작은 엄마랑 이혼함
그래서 내가 중학생일 무렵부터
엄마 혼자서 제사 준비함
나랑 언니랑은 하도 어릴때부터 도와가지고
프로 제사러임.. 닭 간장에 졸이고 꿰고
구운 전만 수백장 될듯ㅋㅋ
암튼 우리 집이 제사를 안하게 된 계기가
우리 아빠가 다혈질이라 1년에 한번은 꼭
물건을 집어던져야 성에 찼었음.
근데 조준을 잘못했나
집 전화기 집어던진거에 잘못 맞아서
엄마 정강이가 금감.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외갓집에서 난리남.
이모, 외삼촌들이 애들도 다 컸는데
뭐가 모자라서 맞고 사냐며 해서 이혼함.
난 고등학교 졸업때까지는
아빠랑 살기로 하고 언니는 엄마랑 나가서 삼.
이혼 준비 할때도 그놈의 제사는 지냈었음.
이혼 하고나서 처음 맞는 제사에
작은아빠가 나한테 전화옴.
제사 준비 했냐고 ㅋㅋ 몇시에 가면 되냐고
그때가 고2였는데 무슨 제사? 미친거 아님?
물론 어깨넘어 배워 지낼줄은 알지만;;
내가 미쳤다고 제사를 준비함?
내가 아무 준비도 안했다고하니
작은아빠가 아빠한테 전화 했나봄.
막 싸우는 소리가 들림.
아빠는 니나 내나 다 이혼당해서
개털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제사냐고
누구 손 빌려서 제사지내냐고 막 화냄.
작은아빠도 그 말 듣고 할말이 없나봄 ㅋㅋ
고모들도 이때껏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때
가끔 얼굴만 비췄지 뭐 매년 찾아오지도 않았음.
다들 살기 바쁘니까.
당연히 자기들도 나서서
우리가 도와주겠다, 제사지내자 이런말 안함 ㅋㅋ
그길로 우리집은 1년에 9번이나 있던 제사가 싹 사라짐.
명절에도 날 잡아서
고모 가족들이랑 다같이 외식하고 말음.
그래서 깨달았음.
집안에 음식할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제사같은건 없어지는구나.
엄마랑 작은엄마 있을땐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 하나하나 다 트집잡던 아빠랑 작은아빠 ㅋㅋ
죽어도 지들 손으로 상차리기는 싫구나.
그 잘난 장손소리 듣는건 좋아도
장손노릇 하는건 귀찮아 하는구나.
이럴꺼면 진작에 제사 없애지
왜 울엄마랑 작은엄마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음.
그리고 그렇게 조상덕 볼꺼라고
제사를 1년에 9번씩 지냈는데
왜 다 이혼당한건지 ㅋㅋㅋㅋㅋ
진짜 조상덕 본 사람들은
제사 안지내고 해외여행 간다는 그 말이 딱 맞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