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한테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결혼을 한다며 남자친구
소개시켜주고 청첩장도 줄겸 겸사겸사
한번 만나자구요 고등학교 동창인데
학교다닐때는 참 친했어요
근데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그래도 가끔 연락 했지만
얼굴은 몇년만에 보는 친구였어요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해서 약속장소에 갔더니
남자친구가 회사에서 늦게 끝나서
좀 늦는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늦는 정도가 아니라 8시반에 왔네요
솔직히 진짜 짜증났지만
초면에 기다리게 해서 실례했다며 계속 사과하고
친구도 엄청 미안해하니 어쩌겠어요 바로
밥 먹으면서 술도 한잔 할 수 있는
고기집으로 갔어요 친구 남친이
잘아는 집이라고 소고기가 맛있다고 하면서…
첫만남부터 무슨 소고기까지 사주나 싶어
부담스러웠지만 금새 소고기에 맛에 넘어가
맛있게 술과 고기를 먹고 나오는데
계산하고 나온 친구가
“9만원 좀 안 되게 나왔으니까 3만원씩 내면 되겠다”
이러는 겁니다. 순간 잘못들었나 싶었어요
근데 더 웃긴건 친구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서 주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서 줬어요.
더치가 너무 자연스러운 그 커플앞에서
뭐에 홀린든 돈을 주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근데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아무리 곰곰이 깊게 신중히 생각을 해봐도
도데체 내가 왜 돈을 낸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 소중한 불금에 1시간 반을 기다려서
제 돈주고 소고기 먹은 겁니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결혼식을 가고 또 축의금을 내야겠죠.
제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인데
이게 혹시 새로 생긴 문화인가요?
그런자리에서는 얻어먹는거라고
제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건가요?
전 그날 이후 몇일동안 이렇게 멘붕에 시달리고 있는데
오늘도 해맑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낸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제 얼굴 깎아먹는 거 같아서
주위에 물어보지도 못하겠어요..
결혼식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ㅠㅠ

+++후기+++
톡이 되었네요! ㅠㅠ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많이
댓글도 달아주시고 같이 분노도 해주시고
정말 이런게 힐링인가 보네요 감사해요 ㅠㅠ
지난주 내내 겪었던 멘붕에서
이제야 해방되는 느낌입니다….
댓글 다 읽어보았어요.
결혼식은 가지 않으려구요..
그동안 얼굴한번 안보여주다가
결혼한다고 적극적으로 연락하는
그 속내 모르는거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옛정이 남아서
이해하려고 했는데..
돈 2만원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만난친구에게 늦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밥한끼 사줄만큼의
정도 없는 친구 ..
진심으로 축하해 줄 자신이 없네요.
그런친구한테 축의금 내면
두고두고 아까울것 같아요.
그래도 난 내 친구들한테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
하는 좋은 교훈은 얻었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