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있음) 시댁에서 제 신장을 원해요

시어머니 나이 60대 초반


제 나이 30대초반


결혼 1년차


2세 준비중이나


아직 소식없음
 


안녕하세요. .

현재 시어머니께서 신부전증으로 투석중이신데요.


투석을 오래하면 오래 못산다고 하길래


신장이식 대기신청을 하고


온 가족이 적합성 검사를 받게 되었어요


근데. . 적합성 검사땐 시부모님도 미안해하시고


신랑도 미안해하는걸 솔직히 난 피붙이도 아닌데


설마 내가 맞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것이기도하고


시부모님이 저한테 잘해주셔서


제가 정말 좋아하기도 했고


집안이 약간 초상집 분위기라


내가 안하면 안되겠길래 깊이 생각치않고


신랑한테도 내가 맞으면 내 신장 떼어 드리겠다


큰소리 팡팡 치면서 한거라


신랑은 정말 고맙고 미안해했거든요
 

근데. .


진짜 정말 설마했는데. .


그 확률에. .


제 혈액교차테스트 적합판정이 났어요


어머님이 o형이고 아버님이 ab형


형님 b형 신랑 a형 저 o형. .


저랑은 혈액형도 일치하고


거부반응검사도 음성이라


제껄 이식하면


환자 부담도 덜 하고 뇌사자 기증이 아닌 

생체이식이라 예후도 더 좋고


또 어머님이 o형인데다


연세도 있으셔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식순서 기다리는 것보단


환자한테 훨씬 좋을거라고.

 .
솔직히 진짜 속보이는거 같지만. .


그 말듣고 눈앞이 깜깜. . .


신랑은 이런 상황이 너무 미안하다고


어머님도 너무 소중하고


나도 너무 소중해서 자기는 어떤말도 할수가 없다고


선택은 나보고 하라고. .


신랑맘이 진짜 힘들었겠죠. .


하나밖에 없는 어머님이고


저도 고등학교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정말 하나밖에 없는 엄마를 잃는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이게 만약 우리엄마와 사위의 일이었다면 

난 어땠을까 생각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이식을 해야겠다 마음 먹고


너무 걱정하지말라고 해드리겠다고


말하니 신랑이 진심으로


고마워 하더군요.



근데 신장이식 할 마음 먹고 

남편한테 배신감이 느껴졌어요


신장이식 공여자 부작용이나


주의사항관련해서 검색을 하는데. .


신장이식을 하면 임신 출산이


굉장히 위험하고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글을 봤어요


그런 이유로 장기 이식 공여자의


향후 임신출산 계획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


제가 만약 아이가 이미 있고


제가 돌보지 않아도 될정도로 컸다면 모를까 . .


신랑하고 나이 차이가 9살이나 나서


우리 노후와 아이 미래를 위해선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를 빨리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서 신랑한테 물어봤어요


그러니 자기는 아기 없어도 된대요.


이 일 있기전까진


인공수정이니 시험관이니 불임치료대해 얘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지대요


전 진짜 아기 가지고 싶어서


매일 체온 재면서 배란일 체크하고 있는거


뻔히 알면서.

 . .
그래서 신랑한테 미안하다고

정말 건강하고 예쁜 아기 가지고 싶다고. .


내가 누구보다 아이를 바라는거


잘 알지않느냐고 일단 투석 받으시다가


아이 낳고 어느정도 큰 다음에도


기증자가 없다면 모를까 

지금은 아무래도 안될거같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어요.


그러니 신랑이 이해한대요


미안하다는 생각 가지게 만들어서


도리어 미안하대요..

 .
그래서 그걸로 신장이식은 안 하는걸로


부부간엔 얘기가 끝난줄알았는데. . .


오늘 손윗시누인


형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전화받자마자 펑펑울면서 엄마 좀 살려달래요. . ㅜㅜ


정말정말 미안하고


이런말하는거 진짜 아닌건 아는데


지금 엄마 투석받으면서 팔에 혹같은게 생기고


얼굴은 까매지고 퉁퉁 부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데


이러다 잘못되면 

우리 모두가 평생 후회할거라고. .
평생 소원이라고


엄마 좀 살려달라고. . ㅜㅜ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제 마음도 이해해달라고


저도 펑펑 울었어요


그러니 정말정말 미안한데


아이는 좀 더 나중에 가져도 되고


불임이 확실해지는것도 아닌데


정말 못해주냐고 

친엄마였어도 이럴거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제가 그냥 좀 이해하고 참았어야했는데. .
 

제가 그랬어요


친엄마였으면 제가 주고싶어도


딸 불임될까 걱정되서 안 받으실거라고.


그러니 형님이 싸가x 없는 x이라고


그럴거면 처음부터 검사를 아예 받지 말던가


검사받고 생색은 있는대로 낸 주제에


이제와서 말을 바꾸냐고


니가 이렇게 해놓고


애를 낳으면 그 애새x를 이뻐해줄 사람이 

누가 있냐고 악담을 퍼붓고 끊었어요


신장이식 해드린다고 했다가


중간에 말바꾼건 죄송하지만


내 신장을 맡겨놓은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하네요. .


애초에 적합성검사할때


2세 계획중이라고 거부했었으면
 

그땐 잠깐 욕 먹을지언정
 

이런 일 없었을텐데 제가 진짜 한심하네요. . ㅜㅜ

시부모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직 아무말 없으시고. .


근데 정말 점잖으신분들이라


제가 안하겠다해도 강요하실분들은


아니세요. . 그래서 마음이 더 걸리네요ㅜ


제가 진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상황을 어쩌면 좋을까요. .

후기


많은 조언 감사합니다



내가 뱉은 말한마디의 중요성과 책임은



평생의 쓰라린 교훈으로 안고 살아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제가 감히 변명할 말은 아니지만

적합성검사를 받을때 

상황을 잠시 말씀드리면 

일단 형님께서 검사 일정같은걸 주도적으로 

결정할때



저에게 콕 찝어서 너도 받을거지?

라고 의사를 물어본적도, 그렇다고

제가 나서서 하겠어요 한것도 아니에요

그냥 신랑하고 같이 있을때

검사받을건데 

너네는 10시에 시간 되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너네라고 하시길래

아 나도 해야되는구나 첨 알았고

그 분위기와 상황에 제가 확실히 적합할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괜히 전 안한다고

말해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해 확실히 물어보지도 않고

그런 중요한걸 결정한 

시누이가 좀 못마땅했지만 

그 상황에 그런거 따질겨를도 없었고



솔직히 피붙이도 있는데 

제가 설마 적합하겠냐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요

그리고 시누이가 그때 신장공여를 해도

한 6개월만 고생하고나면 정상인 처럼

살수있다고도 말했는데

그때 분위기 자체가 다들 어머니

불쌍해서 어쩌냐며 울고

제발 자기 신장을 떼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신랑도 시누이도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어서

다들 공여후유증 같은걸 걱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가 적합하다면 신장공여하겠다고 말한것도

시댁앞이 아니라 남편앞이었고요.

집에 가는 길 차를 잠시 세워두고

언제나 듬직하고 

굳건했던 남편이 아이처럼 엉엉우는데. . .

하늘이 무너질듯 슬프고 안타까워서

후유증이고 뭐고 내 신장을 떼어드리고 

오빠가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 안들었어요

그래서 안아주면서 큰소리 탕탕쳤죠



걱정하지마 잘될거야! 내 신장이 맞다면

내꺼라도 떼어드릴게 그러니 울지마..

많은 분들이 그저 제가 생각도 없었으면서 

말로만 입방정을 떨었다 하셨는데. .

그때 한말은 제 진심이었고

지금도 불임문제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후유증 다 감수하고라도 떼어드리고 싶습니다.

 



시댁에 따로 생색이랍시고 한 말또한

검사끝나고 어머니를 봬러갔을때

어머니께서 미안하다 하시길래

그런말씀 마세요 빨리 이식받고 건강해지셔야죠~ 라고 

한 말 뿐이에요

그때 아버님과 시누이도 옆에 계셨고요



검사 받기전에 미리 불임후유증에 대해

알았더라면 분란을 각오하고서라도

결코 검사를 받지 않았을거에요

좋은 아내와 좋은 며느리에 대한

마음보다 더 큰게 좋은 엄마가

되고싶은 마음 이니까요



그리고 제일 큰게

가뜩이나 엄마걱정에 제정신이 아니었을

시누이한테 말실수한거. .

시누이가 그런말 한것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였어도 엄마를 살리기위해선 뭔들 못할까요

다만. .

제게 물어보지도 않고 당연히 검사를 받을거라

생각하고 내 입장은 이해해주지 않는

시댁식구들에 대해 너무 서운하고

내 편하나없는 내 처지가 너무 서럽게

느껴지던 와중에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엄마 얘기를 꺼내니

저도 순간 욱해서 말실수를 했어요. .



하지만 상황이 어찌되었든

제가 지키지 못 할 약속으로

가족들을 더한 아픔에 빠지게 한 것 같아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주말 내내 뜬눈으로 지새고

남편 눈치보며 숨죽여 울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어제 병원 예약접수하고

오늘 용기내서 혼자 병원을 다녀왔어요

시어머니 다니시는 병원 말고

아예 다른 병원요.

간략하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가장 중요한 불임문제에 대해

여쭤보니 말씀하셨어요



신장공여를 하면

반드시 불임이 된다고는 할수없다

하지만 자궁과 난소에 아무 문제없는 

정상여성일지라도 원인불명의 이유로

임신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그 경우 불임의 원인이 신장공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인지 정확히 밝혀내긴 힘들다.

신장공여를 하고 임신하는 여성도 있고 

불임이나 유산을 겪는 여성도 많다

하지만 제가 어느쪽에 속할지는

해봐야 아는것이라 속단할 수 없다.

그러기때문에 원칙적으로 

2세계획이 있는 여성에게 공여를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덧붙여



공여자가 겪을 수 있는 

후유증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장기공여는 평생의 후회가 될수도 있고

평생의 기쁨이 될수도 있는 일이니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라 하셨어요



많은분들께서

친정엄마입장에서. .

시누이 입장에서. .

남편입장에서..

정성어린 조언 남겨주신거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함부로 놀린걸 질타하셨지만

그래도 신장공여는 절대 하지말고

차라리 이혼 하라 하셨는데. . .

지금은 신장이식의 평생 후유증보다

신장이식을 하지않았을때의

평생 후유증이 너무 아프네요

제가 이혼하신 엄마 밑에서 자란지라

그 후유증 또한 신장이식 후유증

못지않게 아픈걸 뼈져리게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결코 포기 할 수 없으니

이식은 하되 아이를 낳은 후에

하는걸로 남편과 시댁에 말해보려고요



이혼도 안되고 아기도 포기못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그 수밖에 없네요

이미 한번 번복 한 역사가 있어

설득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때 번복한 이유도 딴게 아닌 아기 때문이니

진심으로 잘 말씀 드려봐야죠..



저는 친정이 없어요. .

연락끊긴 아버지에게서 배다른

동생이 있는건 알지만 길에서

스쳐지나가도 못 알아볼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결시친에 올린건데

친정식구들에게 상담하고

위로받고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마음이 포근하네요



저인척 하면서 같은 닉네임으로 

이상한 댓글 달고 장난치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분들은 정말 엄마같고

언니같아서 너무 고마워요



하늘에 계신 엄마가

제 결심 때문에 너무 화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

가끔 엄마사진보며

엄마 나 잘 살고있으니 걱정말라고

웃곤하는데. .

오늘은 정말. . .

저 하나만 보고

평생 고생하다 돌아가신 울 엄마

보고싶은 생각이 너무 간절하네요. . . . .





얼굴한번 본 적없는 이름도 모를

많은 분들이 이렇게나 힘이되고

위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댓글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북받쳐서

엉엉 울었어요

내게 형제가 있었다면. .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했을 말들이라 생각하면서요



사실 첨엔 조언을 구하는게 아니라

그냥 어차피 정해진 결정

위로와 용기를 받고자 올린 글이었는데

여러분 댓글 하나하나 보다가

제 심장을 멈추게 했던 댓글을 보았습니다

전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를 가지고싶은

욕구가 너무나 강하기에

임신이 안되면 입양을 해서라도

반드시 아이를 키울건데. .

출산 후 신장이식을 하다가 혹여 수술이 잘못되고



나중에 제 자식이

저처럼 엄마없는 아이로 자라

자기편 하나없는 외로움 속에

평생을 보낼 생각을 해보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부모없이 시집가서

시댁식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주눅들어 눈치만 보는 내 모습이

내 딸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다시 혼자되는게 죽기보다 싫었기에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내 선택이

나중에 내 아이의 가정을 뺏을수도

있는거란걸 처음 알았어요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여러분과 상담하지 않았다면

정말 어리석은 선택을 할 뻔했습니다



이 여자 또 말 바꾼다고

욕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 .

이제 신장은 못 드릴거같아요.

아직 남편한테도 시댁한테도

드린다고 얘기하기 전이라 다행이에요



시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신장투석을 한대도 당장 안 좋아지는것도

아니라고 하고 정 안되면 교환이식이란 것도

있으니 꼭 제 신장이 아니면 안되는 게

아니란걸 댓글을 통해 알게되니

죄책감도 예전만큼 심하진 않네요



지금까지는 다시 혼자가 된다는게

너무나 몸서리치게 무서워서

차라리 몸이 아픈게 마음 아픈것보다

나을거같다는 생각에

떠밀리듯 기증을 결심한건데



내 아이는 결코

나와같은 길을 걷게 할순 없다는

생각이 제게 용기를 주네요

나쁜x소리를 듣고 이혼을 당하든

당장 빈털털이가 되서 쫒겨나든

이제 전처럼 두렵지는 않아요



내일 제가 썼던 글들을 모두

남편에게 보여줄까해요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제 선택과 결정을 이해해줄거라 믿어요

왠지 제 속보이는 밑창까지

다 까보이는 기분도 들고

시댁과 남편을 욕하는 댓글도 많아

남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진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그동안 어떤 심정이었는지

보여주기엔 말로하는 것 보다

더 나을거같아요



제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든든한 친정식구가 되어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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