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먹으면 날 때리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말리지도 못하는 엄마
이 거지같은 집구석
스무살 되면 벗어나야지 하면서
이 악물고 버텼다
평소에는 교복 입으면 안 보이는 곳을
많이 맞았는데 중3 때
얼굴을 너무 많이 맞아서
이리저리 피멍 들고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도저히 학교도 못 나가겠더라
우리 담임은 나한테 별로 관심도 없고
그날 너무 힘들어서 그냥 죽으려고 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고
스무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날 너무 힘들게 하더라
그렇게 하루종일 우울감에 빠져서
계속 울었는데, 초인종이 울리더라
“누구세요” 하니까 “나야 나!!” 하는데
우리반 반장이더라
얻어 터진 얼굴 보여주기 싫어서
그냥 인터폰으로
“왜, 가정통신문 있어?” 했는데
“아 설문조사 할 거 있어 잠깐 나와!” 하더라
지금 보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긴데
무슨 생각으로 나갔는지 모르겠다
얼굴 전체에 있는 상처가 조금이나마
안 보이게 모자 쓰고 나갔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케잌 들이밀더라 생일축하해! 하면서
웬 뚱딴지 같은 소린가 했지
내 생일은 한 여름인데
그 날은 너무 추운 겨울이었다
너무 웃겨서 그냥 웃었다
“오늘 내 생일 아닌데.. “하니까
“엥? 뭐야! 누구누구가
너 오늘 생일이라고 그랬는데…”하더라
당환한 듯이 웃으면서
“그래도… 생일 축하해
내년엔 제대로 알아올게!
태어나 줘서 고마워” 말하는데
눈물이 진짜 뭐 그렇게 나는지
그때는 남자가 운다는 게 부끄러워서
주먹을 꽉 쥐고 참아보려고 하는데도 안 되더라
걔가 당황하더니
그냥 토닥여 주더라 괜찮다면서
다 괜찮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괜찮다고 하더라
우린 놀이터로 나왔고
그냥 아무말 없이 케잌 먹었다
가만히 먹다가 반장이
나 너 좋아해, 너 좋아해서 온 거야
이제 곧 졸업이잖아
꼭 말하고 싶었어, 나 고등학교 기숙사란 말이야
이런식으로 말하더라
그때는 나 하나도 감당하기 힘들었고
내 감정도 추스르기 힘든 시기여서 거절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내 대답 예상했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럴 줄 알았어! 난 괜찮아 넌 너 걱정만해! 하더라
그리고 그냥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그 뒤로 한번도 못 만났다
나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야 했으니까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디 있는지
뭘 하며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우리가 케이크를 나눠 먹던 그 놀이터는
이제 모래가 아니라 아스팔트로 바뀌었더라
우리가 나온 중학교는
신축 공사를 했더라 근데 난 여전히 10년째
니가 너무 보고 싶다
난 니가 준 케이크 덕분에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니 한마디 덕에
안 무너지고 악착같이 살 수 있었다
고맙다 보고 싶다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