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0 버는데 와이프한테 대접 좀 받으면 안 되나요?

30대 후반 남자입니다

결혼했고 아이 둘 있습니다

5살 2살이라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인데요

제가 인센티브 및 보너스 등

연수입을 나누면 월 800만원 입니다

(실수령액 기준입니다)

대신 예상하시겠지만 평일에 개인 시간이 없고

아침 5시50분에 일어나서

7시20분에 사무실 도착 후

정신없이 하루를 보냅니다

업무도 많지만 영업사원들 관리하다보니

감정노동도 엄청나게 심합니다…

(사람 스트레스+실전 압박…)

사실 회사에서 출세할 생각이면

9시~10시 야근 감수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전 8시면 하던 일 멈추고 퇴근합니다

안 그러면 와이프가 저한테 엄청 짜증을 내면서


하루 종일 애보는데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선

하루하루 버거운 감정표현입니다.

제가 그 시간에 들어가서 

애들 목욕이라도 씻기고 

애들 재우는 거라도 도와야 겨우 좀 진정이 됩니다. 

사실 와이프도 못 쉬죠.

애들 자고나면 또 치우고 정리하고 

할 일이 한두가지 겠습니까.

저는 같이 애들 재우다가 잠들기도 하고 

같이 정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건너뛸때도 많습니다.

먹을 시간이 없죠. 회사에서 먹으면 짧아도 30분,

그렇다고 집에 들어와서 먹기에는 

정신도 없고 시간도 늦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울하다구요.

전업인 와이프를 비난 하려는 건 아닙니다. 

책망도 아니구요.

다만 저 스스로 

너무 억울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지만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는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수입이면 지금보다 훨씬 윤택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저의 절반수입을 갖고도 

훨씬 좋게 사는 가정 많이 봅니다.

남편이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냐고 

비난 하셔도 할말은 없지만

저보다 훨씬 못 벌고도 

가정에 더 소홀한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는 

저 혼자 애 둘 다 케어하기도 합니다.

나갈땐 무조건 애 하나는 데리고 나갑니다. 

친구들 만날 때도요.

사실 친구 만난지도 반년 넘었습니다. 

개인시간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이렇게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와이프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건

와이프도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사까진 기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저한테 살림은 안시키려고 

빨래며 설거지 혼자 해내는 모습을 보면

이런 마음을 와이프에게 가지는 

제 자신이 나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대우받고 살고 싶습니다.

아줌마도 쓰고 좋은 반찬도 먹고 싶고

좀 더 즐거운 가정으로 퇴근하고 싶고

미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회사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빠르지도 않은 시간에 

부장눈치 보며 적당히 퇴근하고

밥먹는 시간도 아까워 들어오면 

집은 애 둘이서 초토화를 시켜 놓고

와이프는 피로와 짜증에 찌들어 있습니다.

저는 죄인이 된 것처럼 들어와서는 

황급히 남은 시간을 애들과 집정리에 사용합니다.

회사일 복기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은 사치가 됐습니다.

어떤 주말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아플때도 있는데

사실 별 관심도 못 받습니다. 

받아도 낮잠 한두시간 자는게 고작이죠.

차라리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인거면

서로 싸우고 확 풀어버리면 되는데

상대방 보다는 상황 자체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

누군가에게 먼저 화를 내기도 애매합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와이프의 감정기복도 좀 심해진 거 같아

아무것도 아닌 농담 한마디 뱉어놓고는 

저 혼자 눈치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제가 와이프의 생각없는 한마디에 상처받고

잘때까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날도 많구요.

어쩌다보니 넋두리가 길어졌습니다.

애들 둘 키우는 게 

어떻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떨땐 와이프 원망 크게 될때도 있습니다.

비교하면 안되지만 어떤 집 전업주부보면

애둘셋 키우면서 살림도 배우자 

뒷바라지도 잘해주는 거 보면

왜 우리집은 저렇게 안될까 하는 

마음 안든다면 거짓말이겠죠.

하다못해 남편이 맨날 회식에 술에

주말에는 친구만나고 운동가고…

그러고도 집안에서 당당히 가슴펴고 사는 거 보면

누가 이상하고 누가 정상인지 고민될때도 있습니다.

여성분들 많인 게시판에 남자가 이런 글 쓰는게

내 얼굴에 침뱉는 격이란거 알고는 있지만

욕을 먹든 동정을 받든 

한 번은 하소연 하고 싶어서 글써봅니다.

그래도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건

저는 제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 

우울감까지 느껴지지만

그래도 언젠가 좀 더 자유로워질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후기

많은 댓글 감사합니다.

위로도 되고 참고도 되고 반성도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몇가지 부연설명을 드리면,

제가 제목을 저렇게 쓴 이유는 딴 거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램에 

일부러 저렇게 적었고

사실 제 마음은 저렇지는 않습니다.

도우미나 시터를 고용하시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저도 지속적으로 와이프에게 주장하는 게 저건데요

일단 도우미는 본인이 불편하답니다.

산후도우미 부를때 맘에 안맞고 

일 잘 못하는 아줌마 때문에

몇번 속상하고 나더니 사람을 불러 쓰는 게 

마음에 부담이 되나봅니다.

대신 시터는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파트타임 시터도 많이 있어서 

조만간 애들 맡기고 집안에서라도 

각자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제목을 저렇게 적다보니 

제 수입과 지출에 대해

태클을 거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제가 쪽팔림을 무릅쓰고 

구체적인 숫자를 적은 이유는

자랑의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수입을 책임지는 사람은 

수입의 액수로 말하고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은 

살림의 상태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힘든 집안에 태어나 주변 도움없이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 들어가 오늘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누군가 보면 미천하고 하찮은 자리일 수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내가 가진 자원안에서 

대단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연봉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고

남들과 비교해도 당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업주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말그대로 전업이잖아요. 

집에서 노는 사람 절대 아닙니다.

확실하게 가족의 주거환경과 식사를 담당하고

지출과 저축으로 미래도 대비하고

자녀 케어도 잘 해주고

전체적으로 가정을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시키는

매우 힘들고도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번 돈을 

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간혹 남자분들 중에 내가 번 돈 

왜 내 맘대로 못쓰냐고 하시잖아요.

당연히 맘대로 못 쓰죠. 

전업주부 월급주고 쓰는 거 아니잖습니까.

그렇기에 와이프한테 대우받고 싶단 

욕구가 스물스물 올라온 거 같아요.

내가 사회에서 올라간 입지만큼

너도 우리 가정을 그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강제적인 욕망을

알게 모르게 와이프에게 

투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와이프가 그냥… 

집안일에 소질이 없는 거 같습니다.

또, 그 돈 벌어서 대출갚고 

부모 용돈주면 빠듯하지 않느냐는 분들 계신데

그런 분들은 정말 월 이삼천씩 수입이 되시나봐요.

대출 갚는 거 없고, 양가 부모님께는 

명절이나 생일에 비정기적으로 

용돈 드리는 정도 입니다.

이래저래 글이 길었습니다.

생각보다 따뜻한 댓글이 많아 기분이 좋았고

위로가 많이 됐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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