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애기들을 데리고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되는 이유

제가 7살 때

저희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었는데

제가 외동이라서 동생들도 없었고

제 또래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손님들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저한테 사람들이 쉬는 

작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겨울이었는데

장례식장은 약간 쌀쌀했고

그 방은 왠지 모르게 따뜻했었거든요

그렇게 부모님이 심심할 때 읽으라던

동화책을 다 읽고 심심해져서

그냥 방 안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어떤 아주머니의 얼굴이 살짝 보이더니

아주머니는 고개를 문 사이로 살짝 내민 채

웃으며 저에게 “아가, 여기서 뭐해?” 

저는 별 생각 없이

“지금 책 읽고 있어요” 하며

어머니가 주신 동화책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칭찬을 해주시고

또 웃으며 물으셨습니다

“배고프지 않아?” 

그 말을 듣고보니 약간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아줌마랑 밖에 나가서 



뭣 좀 먹자. 아까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잖아. 아줌마랑 가자.”

그 아주머니가 제가 여기에 계속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던 걸까요.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때는 역시 별 생각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낯선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제가 고개를 저으며 

나가지 않겠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표정의 

변화도 없는 채로

“아줌마랑 가자” 

그 말만 계속 하셨습니다. 

억양도, 속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마치 자동재생기를 틀어 놓은 것 처럼

“아줌마랑 가자”, “아줌마랑 가자”, 

“아줌마랑 가자”라고.그 때쯤되자 

저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제서야 아주머니에게

“아줌마 누구예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래도 아줌마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같은 말만 반복하셨지요.같이 가자고…

뭔가 불안함을 느낀 저는

“조금 있다 집에 갈꺼예요”라고 

거짓말을 했고,그럼에도 

아줌마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져서 목소리가 조금 커진 채로

“아줌마 누구냐고요!” 하고 물어보았고, 

계속 그 답답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께서 방 쪽으로 오시며

제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콩아, 무슨일이니?”

“여기 아줌마가 자꾸 말 시켜서.”

“아줌마? 어떤 아줌마?”

아줌마는 여전히 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얼굴만 살짝 내민 채로 

서 계셨습니다.아버지는 문 앞에 서계셨고…

그러니 위치상으로는 바로 옆에 계셨던 겁니다.

“아빠 옆에…”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꾸 아무도 없다고,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하시니 정말 답답했죠.

바로 옆에서 계속 보고 있는데. 

아직도 계속 ‘같이 가자’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는데 자꾸 누가 있다고 하니, 

아버지도 답답하셨겠죠.결국에 아버지는

 ‘얘가 졸려서 헛것을 보나보다’하시며 

이제 집 갈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고는 

다시 다른데로 가버렸습니다.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요.

그때까지도 그 아주머니는 계속 있었습니다.

나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아빠가 자꾸 아줌마가 안보인다고 하니까)

벌떡 일어서 그 아줌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당시 문 너머로 

얼굴을 반쯤 내밀고 계셨고,

한 손으로 문을 잡은 채 

빼꼼히 쳐다보는 자세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줌마를 가까이서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줌마를 지나쳐 문을 넘어가 버리자, 

아줌마의 뒷 모습이 보였는데

정확히 얼굴 반쪽과 손 하나 

(문 너머로 보이는) 를 제외한 

몸이 없었습니다.

공중에 얼굴 반과 손 하나가 

문을 붙들고 둥둥 떠있었던 겁니다.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벙쪄 있으니까, 

아줌마가 천천히 얼굴을 돌렸습니다.

여전히 얼굴 반쪽과 손 하나로 문을 붙든 채로, 

나를 보면서 똑같은 말을 하는 아줌마…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악!하고 소리를 질렀고…

저기 이상한 아줌마의 얼굴이 떠있다느니, 

몸이 없는 아줌마가 말을 건다느니..

그런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지금 한 얘기는 나중에 어머니가 해주신 얘기입니다.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방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고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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