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있음) 아버지 장례식에서 갑자기 연끊자는 큰어머니

24살 직장인 여자입니다

저는 작년 9월 경 갑작스레

아버지를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황이 없으신 어머니를 대신에

장녀인 제가 상주를 맡았습니다

아버지는 짧은 학력으로

친구분, 동창분도 없으셨고 직장 동료도

몇 없는 일용직 노동자셨습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저와

대학생인 동생 그리고 전업주부인 어머니

저희 아버지 빈소를

방문할 손님은 많이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남들과 다른 가정사로

평생을 외롭게 지내셨기에

작은 빈소를 빌려 친척과 가족들이

지심으로 다해 보내드릴 수 있도록 했는데

문제는 저희 큰어머니가

저희 아버지 빈소가 작고 초라하다는 이유로

장례식장에서, 저희 어머니와

저를 나란히 앉히고 맹비난을 했습니다

지나가던 노숙사, 비렁뱅이들이

사용할 법한 빈소라며, 돈이 얼마나 없으면

장례식 비용을 아끼려고

이렇게 작은 빈소를 얻었냐

나는 더 이상 너희 가족과 연락할 생각이 없다며

갑자기 연을 끊자고 하시더니 장례식을 떠나셨는데

도저히 큰어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던중

아버지가 생전에 하신 말씀이 떠올랐고

더욱 더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큰어머니께 

정말 잘했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큰어머니께서도 저희 아버지께 진 빚이 많다며, 

꼭 다 갚겠다는 말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극진히 대접했던 큰어머니는 

저희 가족과 의절하시고,아버지 발인 날까지, 

큰아버지와 함께 모습을 비추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가시는 날까지 

친형제 배웅 없이 외롭게 가셔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큰어머니께서 연을 끊자고 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작은 빈소를 얻은 제가 정말 크게 잘못한 것인가요?

제가 죽어서 아버지를 어떻게 뵐지 

지금 아버지께 죄송스러워서 살 수가 없습니다.

제 평생을 아버지 사랑을 받으며 자랐는데,

전 아버지가 떠나시는 그날까지 

불효한 것 같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불효한 것일까요?

훗날 제가 죽으면 어떻게 아버지를 봬야 할까 

면목이 없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매일매일이 괴롭습니다.


추가


아버지 살아계실 때도 친가와 가깝게 지낸 적이 없으며

저와는 10년 넘게 교류없이 지냈습니다.

이는 저희 가족 가정사이니 넘어갈게요.


저희 가족 잘 살진 못해도, 

지금도 앞으로도 남에게 손 벌릴 일 절대 없습니다.

저희와 10년 넘게 교류하지 않으신 

큰어머니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큰어머니 이야기를 듣고도 빈소를 옮기진 않은 건 

꼴이 너무 우스워서였습니다.


장례 1일차 저녁에 세 가족이 영정사진과 화단, 

제사 음식들을 들고 텅 빈 큰 빈소로 옮기는 것보다

작지만 우리 세 가족이 꽉차게 지킬 수 있는 

빈소가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좁아서 못 받은 손님은 없었고, 

오히려 작은 빈소여도 한산한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작은 빈소여도 정성스레 보내드렸으니 

그말은 신경쓰지 말라 하시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 빈 자리만 더 커져가는 지금 

그날의 트라우마만 부둥켜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당시 신경쓰지 않으려 했던 

큰어머니 말이 가슴에 남아 떠나질 않습니다.

후기

아침에 일어나 보고 놀랐습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전부 읽었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 친가와 의절한 것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큰어머니가 저희 아버지께 

금전적 빚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뇨, 모릅니다.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큰어머니께 굉장히 잘해드렸단 것만 알고 있습니다.


큰어머니께서 아버지 영정을 두고 

소리칠 때,제가 말 한 마디 못한 건 

상주로서 아버지께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였습니다.

큰어머니와 똑같이 장례식장에서 소리나 치는 

몰상식한 사람이 되기 싫었던 것도 있고요.


당시엔 연 끊고 살자 다 잊자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가슴 속에 큰 비수로 자리 잡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텅 비더라도 큰 빈소를 잡았더라면


저희 아버지와 저희 가족이 그런 말 듣지 않았어도 

되는 게 아니었을까.

아버지 가시는 길 친형제분의

배웅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항상 그게 마음에 걸렸는데

많은 분들 응원해주시니 

그 한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


너무나도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떳떳하게 만날 수 있는 그날까지 

저희 세 식구 열심히 살겠습니다.


위로 해주시고 같이 공감해주신 분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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