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촌동생은 서른입니다
누가 알아볼까 무서워
직업을 확실히 밝히긴 힘들지만
소위 전문직 중에 판검변의 뺀
나머지 중에 있습니다
암튼 사촌동생이 그동안 공부하느라
놀지도 못하고 갑자기 돈도 많이 벌게 됐고
그래서 좀 놀고 싶었나 봅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죠
근데 며칠 전에 여자를 소개시켜 주는데
동생보다 두 살 많대요. 서른 두살.
넘나 당황했습니다
동생만 불러서 아니 뭔 갑자기 결혼이냐 물어보니
임신 4주차랍니다…
알고보니 친구들이랑 클럽 갔다가 알게 됐고
더 소름 돋는 건, 이 여자의 직업이
의료계통 쪽에 일한다고 합니다
의료계통에서 일하면
피임부분이나 잘 알텐데
갑자기 임신했다고 하니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지만
동생말로는
피임부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가임기 계산 뛰어나고
경구피임약도 쓴다고 들었다는데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이렇게 사촌동생을 걱정하는 이유가
사촌동생은 우리 집안의 장손이자 독자예요..ㅠㅜ
저도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거라 상상도 못했습니다…
동생이 장난끼도 다분해서
까불때마다 제가 줘패면, 장손을 폭행한다!
고모랑 고모부한테 이른다! 고 했고
저는 그럼 일러라, 야!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말 하면
멍석말이 당한다! 그랬었는데…ㅠㅜ
사촌동생이지만 친동생 같은 아이입니다.
정말 앞길 창창하고…
금전적이든 뭐든 집안에서
아낌없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아이예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며칠 고민하다가
결시친 분들 의견 들어보고자 올립니다.
일단 동생은 어떡하냐 임신했는데….
내 애 같은데 할 수 없지… 라면서
결혼하겠다고 하는데..
얘는 진짜 큰삼촌한테 맞아죽을 수도 있어요.
큰삼촌은 지방에서 사업을 크게 하시는데
정말 성격이 칼 같습니다. 덩치도 엄청 크심.
동생은 저를 방패로 삼으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 여자를 제가 소개시켜 준거로
해주면 안되겠냐고 합니다.. 오마이갓ㅠㅜ
큰삼촌이 저를 좀 귀여워해주시거든요.
사촌동생 돌봐준 것도 고마워하시고요.
근데 저는 싫은데…
이실직고 했다간 진짜 동생 어디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될 거 같고…
저 사실 그 여자도 맘에 들지 않는데다가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그것도
한 달 겨우 만나놓고 혼전임신으로 결혼이라니..
이런 비슷한 일 겪어보신 분이나
주위에서 보신 분 있나요?
같은 여자 입장에서 각자 갈길 가라고도 못하겠고…
여자도 애 지울 생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식장이랑 집 얘기하고 그러는데
제가 나는 그런 거 모릅니다. 하고
일단 자리를 피했어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미치겠어요ㅠㅜ
추가합니니다
헐…댓글이 엄청 많이 달렸네요.
댓글 주신 모든 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한달 만났는데 임신 4주가 가능하다, 아니다
의견 분분하신데 제가 ‘한달 정도’ 연락하고 지냈다. 라고
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딱 4주 만난 것이 아니라 한달하고 열흘 가량? 같이
놀았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임신 4주라고 한 건 확실합니다.
저한테 왔을 땐 4주하고 이삼일 지났었겠죠.
제가 댓글들 보면서 동생한테 작정하고 캐물었는데…
초반에는 불타오르면서 매일 만나다가
이제 조금씩 정리하려고 하던 차에
임신사실을 알게 됐고,
자기 애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결혼해야겠다고 결심은 했으나
무서워서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네요….
설령 제가 집안에 내가 아는 여동생 소개시켜 준거다 라고
거짓말 해도 쟈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동네에 소문 안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동생과…
어차피 쓰레기된 거 차라리 개쓰레기가 될 것이냐..
지저분하지만 적당히 덮을 수 있는 건 덮고
결혼하고 살겠느냐… 를 댓글들 보면서
함께 고민해봤는데…
여자가 쉽게 물러 나지도 않을 거고 (성격이 세다고..)
이미 집이나 혼수, 예식장 얘기까지 노골적으로 하고 있어서
결혼은 해야할 것 같다고 하네요.
여자한테 애 지우라 하고,
친자확인 될 때까지 결혼식 못 한다 버티다가
나중에 친자확인 했는데 진짜 자기자식으로 나오면…
그때가서 결혼을 제대로 할 수나 있겠냐..
지금이라도 여자 더 배부르기 전에
결혼식하고 혼인신고만 친자확인 되면
하는 걸로 하겠다고 합니다.
참…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리고 큰삼촌한테 내가 소개시켜준 걸로는
말씀 못 드리겠다고 했어요.
동창이랑 있었던 얘기까지 들으니까 더 싫으네요.
물론 다 성인들인데 클럽에서 그렇게 노는 게
더럽다거나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결국 아이까지 생기고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니
그런 것들까지 흠처럼 보이더라구요..
사촌동생놈도 그 여자도.
그래서 이실직고를 할 것인지 어쩔 것인지,
무엇으로 클럽과 혼전임신의 장애물을 넘어서
집안 식구들을 설득할 것인지는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